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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집 구매하기, 쉽지 않음

by 캐나다7년차 2023. 8. 10.

캐나다에서는 어떻게 집을 사야 하나

  캐나다에서 집을 구매하는 과정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에서 부동산을 찾아가서 어떤 매물이 있는지, 현재 시세가 어떤지 등을 따져서 원하는 집을 선택하면 끝이다. 소위 이야기하는 복비( = 부동산 중계비) 라는 것은 들겠지만, 그 과정 자체가 그리 복잡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캐나다는 다르다. 애초에 인구에 비해 집 자체가 많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경매의 개념으로 집 구매가 이루어진다. 이번 글에서는 캐나다에서 어떤 과정으로 집 매매가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집을 사는 과정

  나는 5년 정도 렌트를 해서 살다가 영주권을 획득한 뒤 집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지금의 타이밍에 집을 살 수 있었던 것을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기준 금리가 미친 듯이 상승하기 직전의 시점에 고정 금리 3.5% 정도의 수준으로 모기지를 신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집 구매의 과정은 주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온타리오 주에서 집을 구매했던 나의 경험에 따르면, 집 구매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자금 준비하기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일단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보통 주택 매매 금액의 20% 정도는 down payment를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down payment라는 것은 부동산이나 자동차와 같은 가격이 큰 물건을 구매할 때 지불해야 하는 최초의 금액을 말하는데, 이는 전체 구매 가격의 일부로, 구매자가 자신의 돈을 투자하여 거래를 성사시키는데 사용되는 금액이다.

  예를 들어 집을 구매할 때, 집의 총 가격이 100만 달러라면 구매자는 이 금액 중 어느 정도를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이 현금 지불 부분이 바로 down payment 라고 불린다. 나머지 금액은 모기지(대출)를 통해 금융 기관에서 대출받게 되며, 나중에 월별 모기지 지불을 통해 이를 갚게 되는 식이다.

  Down payment의 비율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주택 구매의 경우 20% 이상 준비하지 못할 경우, 대출 이자가 더 높아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down payment를 먼저 준비하고, 내가 그래서 결론적으로 한 달에 얼마의 모기지 비용을 갚아나가야 할 지를 결정하게 되는 단계이다. 이것에 따라 내가 주택 구매에 얼마 까지 지불할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고 보면 되겠다.

  예를 들어 내가 한 달에 $5,000 달러를 비는데, 생활비 등을 제외하고 남는 비용이 $2,000달러인데 모기지로 그 만큼이 나간다라고 하면, 정말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해당 모기지 수준의 집을 사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게 감당이 안된다? 그렇다면 솔직히 집을 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그 당시 렌트비보다 모기지 비용이 저렴했기에 집을 구매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더 유리했고, 그렇기에 나의 예산에 맞는 집을 구매할 수 있었다.

 

모기지 사전 승인(Pre-Approval)

  사전 승인이라는 것은, 현재 내 신용 수준에서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를 은행이나 모기지 브로커를 통해서 인증을 받는 과정을 말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얼마나 자신이 있느냐를 따지는게 아니라 신용 수준, 직장의 안정성 등의 지표를 통해 해당 기관에서 얼마까지 빌려줄 수 있을지를 미리 가늠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사전 승인 금액이 내가 집을 찾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80만 달러의 사전 승인을 받았고, 다운 페이먼트가 20만 달러가 준비되어 있다면, 나는 100만 달러의 집을 구매할 준비가 되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사전 승인 금액이 확정되기 전에는 집을 알아보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이다.

 

집 찾기

  이제 사전 승인도 받았고, 내가 어떤 가격의 집을 알아봐도 되는지에 대한 견적이 나왔을 것이다. 이 예산을 기준으로 이제 집을 찾기 시작하면 된다. 곧바로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연락해도 무관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것은 온라인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캐나다 부동산 사이트(https://www.realtor.ca/)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하우스 시그마(https://housesigma.com/)가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사이트를 통해 내가 원하는 지역의 어떤 매물들이 있는지 손쉽게 알 수 있었고, 자세한 집 사진과 함께 이 집에 예전에는 얼마에 팔렸는지까지 알 수 있어서 매우 편리했다.

  나 같은 경우 집 건축 년도가 언제인지, 화장실이 몇 개 있는지, 차고( Garage)가 있는지, 지하가 Finished인지 아닌지 등인 가장 중요한 선택 사항들이었고, 해당 조건들을 필터에 적용해 내가 원하는 지역에 그러한 매물들이 존재하는지를 손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솔직히 광고 같은거 아니다. 내가 여러 다른 앱들을 써보았지만, 하우스시그마가 최고로 빠르고 정확하고 정보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나는 지금도 하우스 시그마를 통해 옆 집이 얼마에 팔렸나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이 앱에 나와 있는 사진들은 당연히 실물과 좀 차이가 있으며, 그렇기에 다음 단계가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 볼 수 있겠다.


발로 뛰기: 부동산 견학 및 점검

  일단은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 주변에 큰 도로는 없는지, 소음 문제는 없는지, 오븐, 냉장고, 세탁기 등은 몇 년도 제품인지, 지붕이나 보일러 등은 언제 교체되었는지 등 체크리스트는 꽤 길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우스 인스펙션(House inspection)을 거치기도 하지만, 요즘 같이 집을 찾기가 힘든 상황에서 이런 것을 요구 했다가는 집 구매가 힘들어진다. 이는 캐나다의 독특한 경매 시스템 때문이기도 하다.


협상과 제안

  내가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고 하면, 이제 시작이다. 부동산 에이전트를 통해 "나는 이 집을 얼마에 사고 싶다"라는 제안(offer)를 넣어야 되는 것이다. 부동산 매물에는 항상 리스팅 가격 이라는 것이 있다. 이 가격 자체에 큰 의미는 없지만, 집 주인이 "나는 이 정도 가격을 받고 싶다" 라고 올려둔 정도로 생가하면 된다. 이 리스팅 가격과는 무관하게, 이제 오퍼 가격이 들어가게 된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80만 달러에 집을 올려두었다 치자. 이제 이 집을 구매하고자 하는 여러 사람들이 각각의 가격을 제안(offer)하게 되는데, 경매처럼 집 주인이 이 오퍼들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선택하게 되는 식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집주인이 80만 달러에 집을 올렸는데 들어온 오퍼 가격이 전부 60만, 65만, 이런 식이라고 치면 집주인은 그나마 최고 가격에 집을 팔게 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모든 오퍼 가격이 마음에 안 들 경우, 그 거래 자체가 종료(terminate) 되어버린다.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 선택 과정에는 여러 조건들이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빨리 집을 비우고 싶은 사람의 경우 이사를 빨리 올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선호할 것이며, 하우스 인스펙션을 요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후자 쪽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즉, 집 주인이 생각하는 가격/조건과 크게 차이는 나지 않으면서도 그나마 최선의 가격/조건을 제시했을 경우에야 그 오퍼가 수락되며 매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가 산 집의 경우 약간은 특이한 구조로 인해 몇 달째 오퍼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었고, 덕분에 리스팅 가격보다 조금 낮은, 하지만 양쪽 다 만족할 수 있는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제안 수락

  집 주인이 오퍼를 수락하는 과정이다. 이 경우 언제 들어올지, 다른 조건은 없는지 등이 세부적으로 논의된다. 협상은 양측이 조건에 동의할 때까지 계속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방으로 개조된 곳을 원래대로 차고로 되돌리는 것이 조건이었고, 이에 따라 거래가 진행되었다.


조정 기간

  매매 조건에 특약 사항이 있을 경우 이 기간 동안 해당 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방으로 개조되었던 곳을 원래의 차고로 되돌리는 작업이 이 때에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모기지 승인 획득, 하우스 인스펙션 등이 포함되게 된다.

 

최종 모기지 확정

모기지 제공 업체와 함께 최종 모기지를 확정짓게 된다. 부동산과 재정 상황 등을 평가한 후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변호사를 통한 법무 진행

  부동산 매매에 있어 모든 법적 절차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를 필요로 한다. 보통은 부동산 업자가 추천해주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편하지만, 딱히 다른 변호사를 선임해도 상관 없다. 어차피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업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크게 번거로운 과정은 아니다. 여러 변호사들에게 이메일로 견적을 넣은 뒤 마음에 드는 곳으로 결정하면 된다. 변호사를 통해 구매 계약의 검토 및 소유권 이전 등이 이루어지게 된다.

 

다운 페이먼트 및 마감 비용

  변호사를 통해 판매자에게 다운 페이먼트 비용을 지불하는 과정이다. 또한 변호사 비용, 토지 이전 세금, 소유권 이전 보험 및 기타 비용을 지불하는 과정이다. 주 별로 비용은 다르지만, 영끌해서 최소한의 여유 금액도 없이 집을 구매하는 실수는 없도록 하자. 이후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게 된다.

 

인수 및 이사

  서류 작업이 완료되고 자금이 이전되면 새 집의 열쇠를 들고 이사할 수 있다. 보통은 이 단계 이전에 3번의 pre-closing visit이 허락되는데, 이 기간 동안 집에 크게 문제가 없는지, 미리 협의 되었던 사항 들이 잘 이행 되었는지 등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기간 동안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아니면 원래 계약과 다른 사항이 있다면 부동산 업자를 통해 최대한 적극적으로 어필 해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의 검증 내용에 따라 최종 구매 비용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꼼꼼히 집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맞는 집을 찾자

  이 글을 빌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집을 투자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집 혹은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살면서 필요로 하는 "주거"라고 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투자의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 내가 돈만 벌 수 있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아니다, 상관이 있다. 자신이 버는 돈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한 번만 생각을 해보자. 내가 집을 싸게 사서 비싸게 산다는 것은, 결국 그 집을 원하는 누군가의 돈을 착취하는 것이다. 물론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결국 그 돈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결국 그 돈을 지불한 더 절실한, 더 멍청한 사람을 찾아 그 비용을 물리는 것이다.

  중고 물건은 감가 상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살 때는 100을 지불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성능이 감소하기 때문에 50, 또는 그 이하로 가격이 내려간다. 차도 그렇고, 모든 중고 물품들이 다 그렇다. 그런데 집은 아니다. 집은 오래 살 수록 성능이 올라가나? 아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가격은 올라가는가? 그게 결국 투기이다.

  집의 수량이 부족해서 가격이 올라가는 점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살지도 않으면서 집을 100채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나는 그들을 혐오한다. 캐나다 역시 중국인들의 무분별한 투자로 인해 말도 안 되게 집 가격이 많이 올라갔다. 혹시나 주택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 토론토 같은 투기 과열 지역은 피하기를 추천한다. 또 다른 투기가 목적이 아니라고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