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한국이 참 편했다
한국에서는 쇼핑을 할 때에는 그게 참 편한 지 몰랐다. 식료품이나 잡다한 생활용품 사러 이마트 가고,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층에서 옷도 사고, 밥도 사먹고…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거의 원스톱 서비스였다. 심지어 온라인 배달도 잘 되어 있어서, 식료품의 경우 거의 직접 사러 갈 일이 없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2015년 당시는 배달비도 무료였다.
그런데 캐나다는 쉬운게 하나 없다. 뭐 하나 사려고 하면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한다. 그것 뿐만 아니라, 좀 이상한 분류로 되어있는 곳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캐내디안 타이어(Canadian Tire) 라는 곳인데, 누가 들어도 타이어 신발보다 싸게 팔 것처럼 생긴 이곳에서 나는 에어프라이어를 샀으며, 정작 윈터 타이어는 코스트코에서 샀다. 이번 글을 통해 이 기묘한 상황들을 좀 정리해보고자 한다. 일단은 가장 중요한 식료품부터 시작해보자.
식료품은 어디서 사야 하나?
나의 식성은 토종 한국인의 것이다. 아침에 뜨끈한 국물이 아닌, 빵과 커피를 먹으면 마음이 우울해지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연유도 있겠지만, 어떤 종류의 음식을 만들 것인지, 어떠한 목적으로 무엇을 살지에 따라, 가야할 곳이 달라진다. 당연히 사람 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주로 다니는 곳은 아래와 같다.
코스트코
이곳은 대량으로 무언가를 사야할 때 간다. 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가서 고기와 빵, 계란 등 가장 기본적인 식재료를 왕창 사다가 냉동고에 쟁여두는 용도로 사용한다. 코스트코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멤버십에 가입되어있어야 하는데, 기본 멤버십은 일년에 $60, 더 비싼 이그제큐티브(Executive) 등급은 $120달러나 하지만, 우리 가족의 경우 캐시백이랑 이것저것 할인 따져보면 이그제큐티브 멤버십 비용 이상은 건지고도 남기에 이 등급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코스트코에 가면 꼭 잊지않고 사오는 것이 바로 로티서리(Rotisserie) 치킨인데, 전기 오븐에 바싹 구운 통닭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이것은 $1.5 달러짜리 핫도그와 함께 코스트코를 대표하는 미끼 상품으로, 가격이 한 마리에 $7.99밖에 하지 않는다. 가끔 궁상력이 충만할 때에는 이걸 여러 마리 사두었다가 살 발라서 샌드위치도 해먹고, 뼈로 국도 끓여먹고, 아주 다용도로 활용 하기도 한다.
최근 놀라운 변화라고 한다면, 한국 고추장과 간장을 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것만을 위해 한국 마트를 따로 가야했는데, 조금은 더 편해졌다. 한국에서는 못들어본 호야 라는 브랜드인데, 나는 샘표 간장과의 차이점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아무 문제 없이 잘 쓰고 있다.
한국 마트, 안되면 T&T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곳에는 주로 간장, 고추장 등의 양념류, 그리고 라면과 한국 과자를 사기 위해 이용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 특유의 그 빨간 고무 장갑이라던가, 뚝배기, 고기 불판 같은 한국 전통(?)의 물건들이 필요하다면 필히 들러봐야 할 장소이다. 다행히 내가 사는 지역에는 멀지 않은 곳에 한국 식료품점이 존재하기에 주로 그곳을 이용하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T&T 같은 중국 마트나, 다른 베트남 마트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곳들에 한국 식료품들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참고로 라면의 경우, 특히 신라면은, 정식으로 수입되어 어떤 마트를 가도 쉽게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이쪽이 가격이 더 싸다.
노프릴스, 푸드 베이직, 프레시코...
우유나 계란, 채소 등의 신선 식품을 살 때에는 주로 집 근처에 있는 식료품점을 이용한다. 이러한 그로서리 스토어들은 각 프렌차이즈에 따라 미묘하게 상품 구성이 다르지만, 가격이나 퀄리티는 거의 비슷한 편이라 그때 그때 동선에 따라 적당히 간다. 이런 곳에서는 가끔 마감 전에 특가 세일을 한다거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한국으로 따지면 동네 수퍼 정도의 느낌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물론 사이즈는 많이 다르지만.
장보기도 취미가 될 수 있더라
처음에야 여러 곳을 다녀야 하니 힘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모든 곳을 하루만에 다 가는 것이 아니다 보니 그렇게 귀찮거나 하지는 않다. 이번 주에는 여기서, 다음 주에는 저기서, 여유롭게 장을 보다보니, 이것이 일종의 취미처럼 되어버렸다. 워낙 다양한 곳에서 장을 보다 보니, 은근 재미가 느껴진다. 가게 마다 그곳에서만 파는 독특한 식재료들도 있고, 가끔 그 가게에서만 하는 특별 할인 상품을 찾아내기라도 하면 무슨 보물 찾기에 성공한 것 마냥 신이 난다. 혹시나 동네 식료품점에서 폐업 세일 하듯이 냉동 피자를 반값 이하에 내놓는 날이면, 열댓개씩 쟁여두었다가 두고 두고 잘 먹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장보기는, 이 재미 없는 캐나다에서 내가 발견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