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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플랜>, <더 지니어스>의 순한맛 버전?

by 캐나다7년차 2023. 9. 30.

이미지 출처: https://devilsplan.co.kr/

<데블스 플랜>, 정종연 PD가 돌아왔다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으로 명성을 쌓아 왔던, 서바이벌 전문(?) PD 정종연이 이번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데블스 플랜>이라는 새로운 두뇌 서바이벌 게임으로 돌아왔다. 지난 9월 26일 1~4화까지가 공개되었는데, 29일 기준 한국에서 2위, 글로벌 3개국 1위를 차지하는 등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나 역시 <더 지니어스> 때부터 이 PD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즐겨왔고, 수많은 논란과 함께 많은 아류작들이 파생되게끔 한 주인공인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꽤 높다. 나 역시 처음에는 공개 첫날 1화만 보고 나머지는 아껴두었다가 다음 5화가 공개되지 전까지 조금씩 나눠서 볼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시작했지만, 이는 허무하리만치 쉽게 무너져버렸다. 1화 마지막을 본 사람이라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무난한 출연자들

  이번 작품 역시 지난 수많은 서바이벌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등장했다, 다들 좋은 학벌은 기본으로 깔고 있는 듯한데, 미국 변호사, 의사, 바둑 기사, 아이돌 가수, 유튜버 등 직업의 폭은 꽤나 다양해서 흥미로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점은, 시청자들 중 시험을 통해 선발된 사람이 있다는 점인데, 역시나 연예인이라는, 혹은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업을 가진 똑똑한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선발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경력직(?)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꽤나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곽준빈, 혹은 곽튜브라 불리는 여행 유튜버라 생각한다. 이 등장인물은 이번 작품에서 "분량"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 사람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굉장한 근자감이라 본다. 만약 곽튜브가 없었다면 이 작품은 좀 더 살벌하고 진지한, 그러면서도 전반적으로 루즈한 쇼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의 역할은 크다.

 

그리고 무난한 게임들

  그런데 두뇌 서바이벌 게임의 문을 연 것은, 너무나 뻔한 마피아 게임이었다. 물론 마피아 대신 바이러스 게임이라는 이름을 달고, 여기에 몇 가지 특수 룰을 더해서, 설명하는 데에만 몇 분이 필요한 복잡한 게임으로 만들었지만, 본질은 마피아 게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당연하다시피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고, 시민들은 혼란에 빠지고, 알고 보니 게임 시작 전에 미리 연합을 짠 사람들이 있었고, 나름 반전에 반전이 나오는 등 게임은 흥미롭게 흘러갔다. 하지만 정종연 PD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사람으로서, 좀 너무 무난한 선택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후에 등장한 상금 획득을 위한 협동 미션이 존재한다던가, 게임 내 화폐 단위인 피스를 가장 적게 가진 사람을 1등이 지목해서 감옥으로 보내버린다던가 하는 식으로 게임 내의 업 & 다운을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를 다양하게 준비했다고는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느낌은 지우기가 힘들었다.

 

아는 맛이 무섭다

  정종연 PD의 예전 작품들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많이들 공감하겠지만, 데블스 플랜은 이것들에 비교해 보았을 때 참신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마치 <겨울왕국>을 감명 깊게 본 뒤 <겨울왕국 2>를 보았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달까. 비슷비슷한 등장인물들에, 익숙한 배경에, 익숙한 게임들, 그리고 익숙한 흐름들. 참신함 만으로 따지자면 <피의 게임> 쪽이 훨씬 굉장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물론 <피의 게임> 역시도 2편에서는 1편의 참신함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매력으로 12화에 걸쳐 잘 마무리를 지은 수작이라 생각한다. 혹시라도 13화가 엔딩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아니다. 13화는 존재하지 않는 편이며, 피의 게임 2는 우승자 없이 마무리되었다(...라고 나는 세뇌를 시켜두었다.)

  <데블스 플랜>은 나쁘게 말하자면 정종연 PD가 만든 순한 맛 버전의 <더 지니어스>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보기 시작한 이상 멈추기는 어려웠다. 역시 아는 맛이 무서운 법이다.

이미지 출처: https://program.imbc.com/BBS/GameOfBlood?list_id=7075316&list_use=1&page=1&bbs_id=GameOfBlood_poster

 

그래서 다음 편 언제 나오나

  넷플릭스의 가장 고마운 점 중 하나가, 다음 화가 며칠에 공개되는지 미리 알려준다는 점이다. 공개된 회차 정보에 따르면 공개 일정은 아래와 같다. 글을 쓰는 이 날을 기점으로 아직도 4일이나 남았다니! 과연 5화 이후가 공개된 이후 이 무난하다는 인상은 바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고 그 끝이 기다려진다.

날짜 공개 회차
2023. 10. 03(화) 5 ~ 9화
2023. 10. 10(화) 10 ~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