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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플랜> 7화 리뷰, 게임 분석(노 스포일러)

by 캐나다7년차 2023. 10. 4.

데블스 플랜 로고

게임 분석 - 동물원

이번 7화 메인 매치 게임의 제목은 동물원이다. 동물원은 기본적으로 경매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대략적인 개요는 다음과 같다.

  1. 5종류 - 뱀, 사자, 앵무새, 원숭이, 그리고 코끼리 - 의 동물 카드가 각 6매씩 총 30장이 존재한다
  2. 플레이어들은 뒤집어진 동물 카드 중 3장을 선택 후 오픈한다
  3. 이후 원하는 조합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내가 뱀, 사자, 뱀을 뽑았다고 하면 뱀-사자-뱀 또는 사자-뱀-뱀의 2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역순, 즉 뱀-뱀-사자는 사자-뱀-뱀과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운데에 어떤 카드를 둘 것이냐이다.
  4. 10장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 조건 카드는 최종 점수를 불리는 용도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사자 > 코끼리 라는 조건 카드를 뽑았다고 하면, 게임의 마지막에 게임 판에 깔린 사자의 카드가 코끼리 카드의 수 보다 많은 경우 성립되는 것이며, 조건 카드가 성립될 경우 최종 획득 점수의 두 배를 얻게 된다.
  5. 플레이어는 자신이 선택한 동물 카드 중 한 장만을 공개하게 된다. 개인 조건 및 나머지 동물 카드들은 모두 공개되지 않는다.
  6. 이제 게임 판에 동물 타일이 배치된다. 게임 판은 5 * 5, 총 25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기에 테트리스 하듯이 아래를 채워가며 경매에 낙찰된 동물 타일들을 배치하게 된다.
  7. 게임 판에 배치될 동물 타일들, 5종의 동물 타일들이 각각 네 개씩 들어있는 A조 추첨 통과 B조 추첨통에서 무작위로 4개씩 뽑아 경매 대상이 된다.
  8. 모든 플레이어들에게는 30 크레딧이 지급되고, 매 라운드마다 A조 추첨 통과 B조 추첨 동에서 뽑힌 동물 타일을 획득하기 위해 크레딧을 걸고 경매를 진행하게 된다.
  9. 가장 많은 크레딧을 건 플레이어가 경매에 낙찰되어,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동물 타일을 배치하게 된다. 단, 테트리스처럼 무조건 1층을 먼저 채우는 형태로만 배치되게 된다.
  10. 단 A조 및 B조 추첨 통 중 크레딧이 더 적게 베팅된 쪽의 동물 타일만 낙찰이 된다.
  11. 게임 판에 배치된 타일이 자신이 선택한 동물 카드의 조합과 동일한 경우 점수를 얻게 된다.

 

게임 요약 - 다수 연합의 횡포 혹은 운빨 게임

  게임 룰을 적고 보니 굉장히 복잡해 보인다. 사실 직접 보지 않으면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운빨 연합 빙고 게임이라 정의 내릴 수 있겠다. 이 게임은 그 특성상 연합 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을 짜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만큼 연합 없이 하기에는 운의 요소가 너무 크다. 결국 나와 비슷한 동물 카드 조합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어 최대한 협력하여 동물 타일을 낙찰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여기서 게임의 전체 판도를 흔들어버리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는 바로 궤도이다. 굳이 이것을 스포일러로 취급하지 않는 이유는, 그가 1화부터 꾸준하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게임을 이끌어왔고, 그를 따르는 무리들과 함께 그의 입지를 공고히 해왔기 때문이다. 단지 이번 화에서는 그 성향이 게임의 흐름을 바꾸어버릴 정도로 두드러졌을 뿐이고, 이는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는 불씨가 된다.

 

궤도의 권력의 핵심: 공리주의

  과학 유튜버 궤도는 1화 시작할 때부터 입버릇처럼 "가능한 탈락자가 없도록 하자"는 목표를 내세워 왔고, 이 방향성을 충실히 지켜왔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알려진 이 공리주의는 18세기 말 영국의 벤담에 의해 체계화되었는데, 벤담은 공리(功利)의 크고 작음을 입법 및 도덕의 유일한 기준으로 생각했다. 즉, 쾌락은 선(善)이고 고통은 악(惡)이라고 보았으며, 그렇기에 쾌락을 증대하고 고통을 감소시키는 행위는 옳고, 그 반대의 행위는 옳지 않다는 것이 벤담의 공리주의이다.

  궤도 역시 이와 유사한 원칙을 전제로 게임을 진행해왔고, 이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최대한 탈락자를 만들지 않는 것을 목표로 했기에 자연스레 약자들을 모아 연합을 구성하게 되었고, 이는 상당히 강력하면서 그럴싸한 대의명분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초반에 강세를 보이던 일부 플레이어들을 제외한 많은 약자(?)들의 호응을 얻어 그 세력을 공고히 하게 된 것이다.

 

서바이벌 게임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잘못된 선택

  하지만 공리주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첫 째, 공리주의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인간은 서로 다른 가치와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공리주의가 소수의 권리와 개인의 권리를 무시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데블스 플랜>에서도 궤도의 게임 방식에 불만을 가지는 플레이어들이 더러 있었는데, 게임 탈락을 면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궤도는 이를 무시했다.

  둘 째, 행복의 내용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그리고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강조하는 공리주의는 소수 혹은 개인의 권리를 무시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결론적으로 궤도 연합의 대의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소수들의 권리가 무시되는 상황들이 여러 차례 발생했고, 어떤 플레이어들은 반복적으로 감옥을 가게 되었다.

  셋 째, 공리주의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차별하며,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무시하고, 인간의 존엄성보다는 다수의 쾌락과 행복만을 추구하게 된다. 한 플레이어는 궤도 연합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의지대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넷 째, 살아난 사람의 숫자와 생존자의 기쁨을 고려한다 해도, 그러한 죽음( = 탈락)을 허용한다면 사회 전체로 보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플레이어는, 궤도의 게임 운영 방식에 의해 궤도와 연합을 한 약자는 살아 남고, 대신 실력이 뛰어난 타 연합의 플레이어가 탈락하게 된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약자가 많아지는 결과가 되어버린 셈이다.

  결론적으로, 궤도의 원칙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공리주의는 서바이벌 게임에서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 플레이어들의 탈락은 잠시 미뤄질 수 있겠지만, 그것을 통해 과연 누가 어떤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인가? 순수하게 한 시청자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서로 행복하고 사이좋게 게임을 진행하는 그림을 원치 않는다. 제작진 역시 그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