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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교통 사고가 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by 캐나다7년차 2023. 10. 25.

한국에서는 보험사의 역할이 매우 크다

  한국에서는 차 사고가 나면 일단 뒷 목부터 잡고 나와 서로 누가 잘했네 잘못했네 소리 지르며 싸우다가 각자 보험사에 연락하고, 사진 찍고, 블박 제출하고, 몇 대 몇 받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문철 변호사 유튜브에 제보하고... 뭐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 역시도 사고에 휘말리면 역시나 제일 먼저 연락하는 곳이 보험사이다. 하지만 캐나다는 다르다. 웬만하면 운전자끼리 싸울 일이 없다. 어차피 의미 없으니까.

 

캐나다에서는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물론 꽤 큰 사고가 난 경우에야 당연히 경찰 및 구급차가 출동해야 하겠지만, 경미한 사고의 경우 캐나다에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즉시 해야 할 일들

  1. 차를 정지시킨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고가 났는데 현장에서 벗어나면 뺑소니가 되어 수배를 당할 수도 있다.
  2. 부상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부상자가 있다면 911을 불러야 한다.
  3. 안전한 상황이라면 차량에서 내려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을 한다. 그런데 딱히 쓸모는 없다는게 놀라운 점이다. 왜 그런지는 이후에 나온다.
  4.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상대 운전자의 정보를 받아야 한다. 운전면허는 사진으로 찍어두고, 상대방 전화번호 및 차량 넘버 등을 받아두어야 한다. 만약 차량 피해 가액이 $2,000 달러 이상인 경우에는 경찰에 연락을 취해야 한다. 혹시 연락처를 주기를 거부한다면 경찰을 부르면 되는데, 정보 제공을 거부한 사람은 벌금형, 구금형, 혹은 면허 정지 등의 처분을 받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24시간 이내애 할 일들

가장 먼저 할 일은 Collision Reporting Center에 방문해 사고 보고를 하는 것이다. 이게 꽤나 특이한 점인데, 사고 발생 24시간 이내에 사고가 일어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Collision Reporting Center로 가서 보고 하게끔 되어 있다. 구글 맵에서 Collision Reporting Center라고 검색하면 바로 여러 곳이 나오니, 가까운 곳으로 네비 찍고 가면 된다.

  그런데 가끔 아래 짤이 여러 커뮤에 돌아다니는데, 농담 같지만 사실이다. 교통 사고가 발생한 경위를 진짜로 손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어있다(...). 토론토 주변의 어떤 Collision Reporting Center의 경우 나름 선진화가 되어 있어서 키오스크를 통해 리포트를 작성하게 되어 있었는데, 역시 터치펜을 이용해 손으로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 사진이나 동영상 업로드 같은 기능 따윈 없다. 아까 찍어둔 사진과 동영상은 그냥 기념으로 보관하거나, 혹시나 여기서 끝나지 않고 법정 분쟁까지 가게 된다면 쓰일지도 모르니 어쨌든 보관은 하고 있자.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끝났다면, 이제서야 보험사에 연락하면 된다. 그래봤자 보험사에서 해주는 건 별로 없다. 만약 상대방 과실이 100%인 상황이라면, 내 차를 수리하고 보험사에 그 비용을 청구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 보험사가 상대방 운전자의 보험사에 그 금액을 청구하게 되는 식이다. 보험사 직원이 사고 현장에 출동해서 과실 비율을 따져주고 이럴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캐나다 보험료는 무섭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사실 캐나다에서의 보험은 보험으로서의 역할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는 써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캐나다에서 경미한 자동차 사고가 날 경우, 웬만하면 보험사에 연락하지 않는다. 사고가 나서 보험료를 청구할 경우 보험료가 어마무시하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물론 보험사에 따라 첫 사고는 없던 일로 쳐주는 특약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는 한데, 이걸 이미 써먹은 후라면 교통사고 기록이 보관되는 6년 동안은 정말 매우 조심해서 운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험료가 보통 170% 정도 상승해 버리기 때문이다.

  더 무서운 점은, 짧은 기간 안에 사고가 두 번 이상 났을 경우에는 고위험 운전자로 분류되어 보험 가입 자체를 거부당할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메이저 보험사들은 이제 이용할 수가 없게 되는데, 그나마 받아주는 보험사를 찾아도 보험료 및 조건이 말도 안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불법으로 무보험 운전을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캐나다 차들을 보면 여기저기 흠집난 채로 다니는 차들이 많다. 상대방 과실 100%인 경우가 아니면 왠만해서는 보험 처리 안 하는 편이 서로 좋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혹시나 사고가 났다면, 일단 상대방 운전자와 잘 이야기해보자. 웬만큼 큰 사고가 아니라면, 가능하면 서로 합의 봐서 알아서 처리하는 편이 장기적으로도 마음이 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