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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 원작을 향한 열렬한 추앙

by 캐나다7년차 2023. 11. 25.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드디어 공개되다

  지난 11월 22일,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가 드디어 공개되었다. 한때 전 세계를 휩쓸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서바이벌 예능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총 456명의 참가자들이 456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실제로 <오징어 게임>에 등장했던 다양한 게임들을 통해 경쟁하며 생존해 나가는 내용이다.

  처음 예고편이 등장할 때부터 개인적으로 상당히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미스터 비스트 등 다양한 유튜버들이 비슷한 내용을 소재로 콘텐츠를 제작했었는데, 아무래도 실제 판권을 소유한 넷플릭스의 오피셜 버전의 <오징어 게임>이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현재 5편까지 공개된 지금, 과연 그 완성도는 어떠하며, 또한 사람들의 평가는 어떠한가?

 

원작, 그리고 한국을 향한 Tribute

  <오징어 게임> 원작 드라마에 대한 존경, 헌사, 혹은 찬사...? 이 작품을 대체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tribute' 만큼이나 더 적절한 단어가 없는 듯하다. 이 작품을 제작한 스튜디오 램버트(Studio Lambert)는 영국 소재의 독집 제작사로, <언더커버 보스(Undercover Boss)> 시리즈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나 이 <언더커버 보스>는 한국에서도 방영되었는데, 큰 회사의 사장이 말단 직원인 척 본인 회사에 잠입 취직해서 직원들의 진솔한(?) 모습을 살펴본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으로, 나 역시 꽤 즐겁게 봤던 기억이 있다. 또한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재미있게 보았던 < 서바이빙 패러다이스> 역시 이 제작사의 작품인 것을 알게되어서 놀랐다.  뭔가 내 취향과 잘 맞는 제작사를 하나 알 게 된 것 같아 기쁘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연출이나 감독에 대한 자세한 제작진의 정보는 이름 정도 밖에 나와 있는 것이 없어서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관여가 어떠한 형태로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작품 곳곳에는 원작에 대한 추앙에 묻어 나오고 있었고, 마치 이스터 에그를 찾는 것 마냥 이러한 요소들을 찾아내는 과정 역시 즐거웠다.

 

Red Light, Green Light? 아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나는 첫 번째 에피소드의 첫 장면에서부터 이미 감탄을 했다. 봉고차에 참가자들을 싣는 장면부터 연출을 시작하다니... 제작진의 이 정성과 꼼꼼함에 일단 감탄했다. 그런데 조금 지나 나오는 자막 - "황동혁 각본 및 감독의 '오징어 게임'을 원작으로 함".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오징어 게임의 간수복을 입는 장면이 순간 지나가는데... 기분 탓이겠지? 게다가 간수들 중 가장 계급이 높은 네모 가면을 썼는데.... 현재 5편까지 밖에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이 내용에 대해서는 일단 좀 지켜봐야겠다.

기분 탓...일까?

 

  이제 본격적인 게임은, <오징어 게임>을 대표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으로 시작한다. 비록 게임 소개 멘트에서는 게임 이름을 영어권 번역에 사용되었던 'Red Light, Green Light'으로 소개를 하지만, 실제 게임 진행 음성은 원작 그대로의 한국 음성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사용되었다. 수백 명의 외국인들이 한국어 음성에 맞추어 죽어나가는 모습은, 꽤나 장관(?)이었다. 또한 화면에 게임 제목이 표기될 때에도, 원본은 한글로 적혀있고 그 아래에 영어 명칭이 자막으로 달리는 형태로 제작되었는데, 자막을 선호하지 않는 서구권의 상식을 생각해 보면 꽤나 파격적인 원작에 대한 존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플레이어들의 인터뷰를 따는 '참가자 처리실'에는 뒷 배경에 한글로 '처리실', '출구', '엘리베이터' 등이 적혀 있었다. 세트 구성을 보면 누가 보아도 이 장소는 '한국'인 것이다.

  참가 인원 역시 원작과 동일하게 456명이다. 그런데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오징어 게임> 번역판의 경우 상금을 표기할 때에 원작에 등장한 456억원을 달러로 환전하여 3천8백만 달러라고 표기했었는데, 이번에는 456 이라는 숫자에 그대로 맞추어 456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하도록 되었다. 원작과 비교하자면 1/10 수준으로 많이 줄어든 금액이기는 하지만, 각 단위가 한 사람의 목숨값을 나타낸다는 원작의 설정을 충실하게 따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감탄을 자아내는 세트들

  원작 세트를 그대로 사용한 것인지, 새로 제작을 한 것인지를 알 수 없지만, 똑·같·다. 심지어 크기까지도 거의 비슷해 보인다. 물론 화장실이라던가 주조정실 등 일부 다른 장소들도 존재하지만, 게임이 진행되는 장소들은 드라마와 이질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동일했다. 참가자들 역시 게임 장소에 들어설 때마다 감탄하는 것이 느껴졌다. 또한 참가자들이 자는 곳 역시 그 거대한 높은 침대들을 그대로 구현해 두었다. 원작 팬으로서 정말 한 번 정도는 묵어보고 싶은 구조였다.

  또한 <오징어 게임>을 대표하는 형형 색색의 계단 이동 장면 역시 충실히 재현되었다. 실제로 게임 장소로 이동하는 데 사용되었는지 아니면 그저 연출된 장면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었지만, 이 부분 역시 플레이어들이 실제 <오징어 게임>의 원작 속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는데 매우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 세트장은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테마 파크로 만들어서 일반인들에게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놀라운, 그리고 엄청난 원작 재현율을 보여주는 장소였다.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편집의 힘, 그리고 플러스 알파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바로 편집이다. 드라마에서는 주요 인물들의 배경 이야기가 따로 소개된 것에 반해, 이 작품에서는 이 부분을 인터뷰로 대체했다. 인터뷰를 통해 각 개인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그 인물이 왜 게임에서 이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부친의 부재로 인해 자존감 과잉 상태가 되었던 432번, 우산 병신 299번(...), 많이 해본 솜씨의 햄버거 약탈자 97번, 알고 보니 쩌는 배경 출신의 어머니 302번과 아들 301번 등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인물들이 여럿 있었다.

  또한 원작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지 않았던 다양한 추가 요소들 역시 리얼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서의 의미를 크게 더해주었다. '시험'이라는 요소를 통해 무작위로 선정된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을 익명으로 떨어뜨릴 권한을 준다거나, 대놓고 공개 투표를 통해 여러 명을 탈락시킨다거나 하는 요소들은 마치 <서바이버즈>나 <소사이어티 게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들로, 이는 그룹 간의 갈등과 그에 따른 배신 등 다양한 재미를 더해주었다.

 

평점은 왜 이모양인가? 그리고 불미스러운 사건들

  나는 이 작품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고, 나머지 편이 공개되는 날 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정확한 이유는 정말 모르겠지만, 평점을 검색해 보면 그닥 좋지가 않다. 신뢰도가 바닥을 찍은 썩토의 38%는 크게 신경 안 쓴다 쳐도 IMDB 4.4점, 그리고 구글 리뷰가 2.1점... 그런데 평들을 좀 읽다 보니 놀랍게도 이걸 <오징어 게임 2>라고 착각하고 나쁜 점수를 준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오징어 게임 평점
평점이 매우 처참하다. 왜??

 

  또 하나의 악재는, 출연자들 중 일부가 제작사 측에 대해 고소를 진행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뉴스에 따르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촬영하면서 추운 바닥에 오래 누워 있었던 탓에 저체온증으로 고통을 겪었으며, 촬영장의 안전 기준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엉클 로저 한 장면
사람 마다 다르겠지만, 뭐.

 

  어쨌든,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에피소드 6~9편이 11월 29일에,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인 10편이 12월 6일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