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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취업,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by 캐나다7년차 2024. 7. 23.

  외노자로서 캐나다에서 산다는 것은 온갖 새로움의 연속이다. 아직도 적응 중이고 매일 배우는 중이다. 캐나다로 이민 오기 전 블로그와 온라인 카페들에서 많은 선배들의 정보를 읽었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선택을 하였다. 이제 8년이 흘렀고 조금이나마 내 경험을 공유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런 케이스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읽어봐 주시길 바란다. 우선 가장 중요한(?) 취업이야기부터.
  8년 동안 캐나다에서 살고 일하면서 처음에 알았더라면 참 좋았겠다 싶은 것을 우선 정리하고 싶다. 

단계적 검증

  내 경험으로 캐나다에서는 단박에 되는 일이 없다. 어떤 직업을 처음 시작할 때 회사는 당신에게 작은 역할부터 준다. 필요할 때마다 불규칙적으로 쉬프트를 받는 서플라이포지션일 수도 있고 예를 들어 일주일에 16에서 34시간만 보장하는 파트타임포지션일 수도 있다. 일을 시작할 때 3개월이라는 Probation(수습) 기간을 거치기도 한다. 분기별로 매니저와 미팅을 하며 어떻게 해오고 있는지 평가해서 문제가 없다면 다음 단계로의 기회가 열린다.

 

Image by freepik

Seniority(연공서열)

  회사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크고 오래된 조직일수록 그 조직에서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가 중요하다. 오래 일할수록 휴가일수가 늘어나고 본인이 원하는 쉬프트나 포지션을 먼저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일하는 한 직장에서는 20여 년간 근무한 스태프들이 많은 데 그분들은 1년에 대략 3개월 정도는 휴가로 쓴다. 내가 일한 만큼 휴가가 크레디트형태로 쌓이는 데 일단 퇴직을 하면 1달 후 곧바로 돌아온다고 해도 그 크레디트는 다 날아간다. 다만 이런 서열은 주로 오래된 회사들에 남아 있으므로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보증인 제도

  일반적인 캐나다의 직장이라면 무조건 보증인으로부터의 레퍼런스를 요구한다. 이 부분이 캐나다 취업의 핵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학교를 다닌다면 학업에 성실하게 임하여 교수들에게 보증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 중고등학생이 맥도널드 같은 곳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학교선생님이 레퍼런스를 해주기도 한다. 심지어 캐나다 여권을 만들려고 할 때도 레퍼런스와 개런터가 필요하다!(이 부분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학생이라면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일반성인이라면 봉사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의 경우는 Strong Start라고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글 읽는 법을 가르쳐주는 봉사를 했었다. 파닉스 수준의 영어여서 어찌어찌 6개월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는 그 프로그램 담당 선생님께 부탁하면 된다. 이미 직장이 있고 이직을 원한다면 현, 전 직장의 슈퍼바이저의 레퍼런스가 필요하다. 동료가 해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레퍼런스 받는 과정은 이렇다. 내 레퍼런스가 돼 줄 수 있냐고 부탁해서 승낙하면 지원할 때 내 보증인의 이름, 관계, 전화번호, 이메일을 써서 지원하는 회사에 낸다. 회사에서 쓰는 공적인 이메일이 요구된다. 서류를 받은 회사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보증인에게 나와의 관계, 내가 동료로서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질문을 한다. 

캐나다를 인맥사회라고 부르는 이유

  위의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같이 일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정말 정말 중요하다. 평판을 잘 관리하여야 하고 일도 잘해야 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도 중요하다. 어차피 여기 떠나면 다시는 안 볼 사이라는 식으로 함부로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직장이나 지역에서 나의 보증인이 되어줄 사람들을 항상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 내가 정상적인 정도의 사람이기만 해도 보통 흔쾌히 보증인이 되어준다. 하지만 친하다는 이유로 불성실한 사람을 보증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노인들도 일하는 사회

  언젠가 이야기해 볼 테지만 캐나다는 연금제도가 잘 돼있는 편이다. 평균 65세에 은퇴를 하면 생계에 문제없을 정도의 연금이 나온다. 하지만 캐나다의 많은 노인들은 계속 일을 한다. 학교 선생님이셨던 분이 학교의 런치 슈퍼바이저로, 취미가 집 고치기인 분이 홈디포 같은 가게에서 짧은 시간씩 일을 한다. 돈을 벌기 위함도 있지만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바쁘게 보내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건강에 문제만 없다면 어디서도 나이를 묻지 않는다. 나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시간을 줄여서라도 계속 일을 할 계획이다.
 
  캐나다 사회가 다양한 나라, 문화권의 많은 이민자들을 받으면서도 큰 문제없이 굴러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사회시스템의 역할도 크다고 생각한다. 처음 일할 때는 나를 감시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켜보는 시선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렇기에 사고 없이 일터가 돌아간다는 생각도 든다. 동료에게 지적할 부분이 있어도 나는 굳이 일을 벌이기 무서워 차마 상사에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괜히 사이가 나빠질까 무섭기도 하고 고자질하는 것 같기도 해서이다. 하지만 동료들을 보면 가차 없이 문제를 지적하고 서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잘 지낸다. 아직도 난 이 사회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