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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게임3 11화 리뷰: 충주맨이 게임에 독을 풀었다!

by 캐나다7년차 2024. 12. 30.

그래도 Kocowa가 있어 다행이다

  피의 게임이 어느덧 시즌 3를 맞이했다. 시즌 1 때부터 상당히 재미있게 보아왔던 프로그램인데, 시즌 3 1화의 강렬한 스타트는 결국 나로 하여금 코코와를 결제하게 만들었다. 참고로  Kocowa(https://www.kocowa.com)는 해외판 웨이브(Wavve)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덕분에 한국 예능들을 챙겨볼 수 있어서 좋은 듯. 사실 한 달만 보고 그만 둘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두 달 동안 50% 할인을 해준다는 미끼를 던지는 바람에 아직까지 보고 있다.

코코와 할인
미끼를 물어버린것이여

 

어쨌든, 오늘은 피의 게임 시즌 3, 11화에 대한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그 동안 리뷰를 하지 않던 나를 로그인하게 만든 것은, 바로 충주맨이었다.

 

트라이13은 어떤 게임인가?

트라이13 게임판
게임판은 이렇게 생겼다

이 게임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 12개의 삼각형이 서로 붙어있는 게임판이 있다.
2. 플레이어들은 자기에게 할당된 칸에 1부터 9 사이의 숫자를 낼 수 있다. 물론 비공개다.
3. 모든 숫자가 제출된 뒤, 바로 인접한 플레이어들의 숫자를 합해 13 이하인 경우, 제출한 숫자 곱하기 인접한 칸의 개수를 곱한 만큼 점수를 먹는다. 13을 넘어버리면, 그만큼 점수를 잃는다.
2. 누가 어느 칸에 갈지는 전 라운드 꼴찌가 결정한다.

자세한 게임 룰은 나무위키만 봐도 자세히 나오니 생략한다. 어쨌든 이 게임에서 의도한 바는, 자신의 칸과 인접한 플레이어와의 협상 및 눈치 게임이다. 내가 높은 숫자를 내서 점수를 많이 먹고 싶지만, 주변 플레이어들도 그래버리면 다 같이 망해버리는 게임인 것이다. 처음 룰을 들었을 때에는 개인전의 탈을 쓴 팀 전이 될 것이며, 치열한 심리와 예측의 게임이 될 거라 생각했다. 충주맨이 게임을 던져버리기 전 까지는 말이다.

충주맨을 무슨 짓을 했는가?

  충주맨의 선택은, 자신이 매 라운드 무조건 꼴찌를 해서 모든 플레이어들이 어느 칸에 갈 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독점하는 것이었다. 상대 팀 플레이어들 주변에는 높은 숫자를 써서 게임을 터뜨려버릴 소위 폭탄들을 배치하거나, 아니면 상대 플레이어들을 모두 구석 자리에 몰아넣어 낮은 점수만 먹을 수 있도록 견제하는 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뭔가 필승법을 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 식의 전략은 게임을 진행하는 플레이어로서의 대전제를 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플레이어들은 이기기 위해 플레이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왜 게임이 재미가 없어졌는가?

  충주맨의 저러한 만행으로 인해, 11화의 머니 챌린지 게임이었던 트라이13은 거의 통편집되다시피 했다. 어차피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이 숫자를 선택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져버렸고, 결과 또한 정해져 버렸다. 총 5라운드나 되는 게임이었지만, 모든 라운드의 결과는 충주맨이 1라운드에서 꼴찌를 하면서 이미 다 정해져 버렸다. 지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트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충주맨의 선택이 희생이 아닌 이유

  충주맨은 자신의 플레이를 팀의 승리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의 플레이를 희생이라고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들이 필요한데, 그는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첫 째, 충주맨의 플레이가 희생으로 간주되려면, 먼저 그가 팀의 충성스러운 일원이었어야 한다. 하지만 충주맨은 이전 게임에서도 철저하게 저택 팀으로서의 포지션이었고, 단 한 번도 스티브 예 혹은 홍진호와 같은 팀이라는 입장을 보인 적이 없었다. 잘해야 중립이었지, 특히 최혜선을 1등으로 몰아줄 명분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둘째, 이것을 정당한 희생이라고 보려면,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플레이어들의 생존이 보장되는 전략이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나마 자신의 팀이라고 할 수 있는 서출구와의 동반 탈락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전략이었고, 실제로 그럴 뻔했다. 그렇기에 이것은 '희생'이 아니라, '자폭'이라고 봐야 한다. 하다 못해 최혜선을 1등을 몰아주는 대가로 서출구에게 탈락 면제권을 양도하기로 했다면, 나는 충주맨의 행위를 희생이라 인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스티브 예라니? 대체 왜?

이해는 가지만, 지지할 순 없다

  충주맨은 지금까지 게임에서 제대로 승리한 적이 거의 없다. 또한 최근 8연패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이전 게임에서는 어설픈 중립 작전을 벌이다가 망했고, 장동민 연합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깊은 패배감에 젖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충주맨이 승리를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을 거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게임을 던지는 행위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전혀 달갑지 않다. 어떤 느낌이냐면, 친구랑 같이 아케이드에서 게임을 하다가 계속 지니까 의자를 던져버리거나, 버튼을 못 누르게 팔을 붙잡는다거나 해서 어떻게든 게임을 이겨보려는 잼민이 처럼 보인다. 실력으로 안되니까 트롤 짓을 한 다음 "내 덕분에 팀이 이겼으니 내가 이긴 것" 같은 정신 승리를 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솔직히, 많이 유치하다.

약자는 잃을 것이 없다지만

  충주맨은 결국 본인이 의도한 대로, 마치 이전 라운드에서 임현서와 빠니 보틀이 그랬던 것처럼, 장동민을 끌고 데스 매치로 갔다. 분명 질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예전에 어떤 프로그램에서, 아마도 더 타임 호텔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홍진호가 주언규에 대해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플레이어들 중에 "어차피 질 거 센 사람이랑 붙어보자"라는 마인드로 덤비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는 이야기였고, 주언규가 그런 식이라 탐탁지 않다는 식의 인터뷰였다. 나 역시 그런 식의 승부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본인이 약자라는 것을 알기에 소위 명예사를 하기 위해 일부러 강자를 고르는 행위는, 전혀 아름답지 않은 이기적인 선택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질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상황에서는, 굳이 최선을 다 할 명분조차도 없지 않겠는가?
재미있을 수 있었던 게임을 멋지게 말아먹어버린 충주맨의 어린아이 같은 결정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과연 충주맨 본인은 인터뷰 때 말한 것처럼, 진심으로 본인의 플레이를 희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게 아닌 것을 알면서도 방송이니까 최대한 포장을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