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은 새로운 기회이다
지난 번 글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오로지 영주권 만을 목표로 행동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이민이라는 것은 단지 사는 곳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서 아예 새로운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 생각했다. 나는 개발자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이직을 결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학원이든 뭐든 배울 기회 자체야 오히려 한국에서 더 많았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게 된다 한들 한국에서 40이 넘은 나이로 신입 개발자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여담이지만, 내가 10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을 알아보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나이에 따라 자연스레 포지션이 바뀌어야 하는 한국식 직장 문화 때문이었다. 나는 게임 기획을 좋아했다. 팀장 자리에 여러 번 권유를 받았지만, 팀장이라는 것은 관리직으로, 게임 기획 실무와는 멀어지는 길이었기에 나는 계속 기획 직군에 머물렀다. 하지만 한국 직장 문화의 특징 상, 나보다 나이 많은 리더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팀 분위기에 문제가 생긴다. 그들은 아무 이유 없이 나를 불편해 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문화에서는 오랜 경력의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성장하기 어렵다. 캐나다에는 관리직(Product owner, manager)과 개발자(Engineer)가 아예 NOC 코드 자체도 분리되어 있다. 60 넘은 할아버지 개발자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뿌듯해진다. 나도 저 나이때 까지 눈치 안 보고 일 할 수 있겠구나.
모든 길을 컬리지로 통한다
캐나다에서 새로운 직업의 기회를 잡고 싶다면,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컬리지를 가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종합대, 단과대 식으로 구분 하는데 여기서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University는 좀 더 학문적인 가치를 추구하기에 실습 보다는 이론적 공부에 더 치중하고, 기간도 더 긴 편이다. College는 좀 더 실용적인 가치를 추구하기에, 수업의 목표 자체가 직업 분야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지식과 기술들을 연마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따라 짦게는 1년, 길게는 3~4년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취득하는 학위가 달라지게 된다. University를 나오게 되면 Bachelor's degree 이상을 받게 되어 CRS 점수 면에 있어 조금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간에 College를 졸업하여 Diploma를 받고, 풀 타임 잡을 얻어 차분히 경력을 쌓는 편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참고로, 내가 수료한 프로그램은 CPA(Computer Programming and Analysis (Optional Co-op))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가장 전반적인 수업을 다루는 3년 짜리 코스인데, 굳이 3년이라는 긴 프로그램을 등록한 이유는, 학교를 다닌 기간 만큼 졸업 이후 취업 허가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1년 짜리 프로그램을 수료했다면 1년짜리를, 3년 짜리를 수료했다면 3년 짜리 PGWP(Post-Graduation Work Permit)를 받게 된다. 그만큼 영주권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더 길게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어떤 과목을 택할 것인가
캐나다는 상당히 많은 것들이 온라인화 되어 있다. 내가 한국에서 캐나다 컬리지를 선택하고, 입학 신청을 하고, 퍼밋을 받고 하는 모든 과정들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이 덕분이다. 일단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의 프로그램이 있다면 해당 학교의 홈페이지에 가면 정말 모든 것이 놀라울 정도로 꼼꼼하게 잘 나와있다. 언제 입학 신청을 할 수 있는지, 언제 어떤 과목을 듣게 되는지, 이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되는지 등등 최소 몇 시간은 투자해야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정보를 자랑한다. 시간을 들여 꼼꼼히 읽어보는 것이 미래를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아래는 내가 다녔던 Conestoga College의 프로그램들이다. 현재 총 274개의 풀 타임 학과가 있는데, 잘 보아야 할 것은 옆에 Co-op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지 아닌지 이다. 이 Co-op이라고 표기된 프로그램들만 코옵의 기회가 주어지며, 이는 바로 취업의 기회로 이어진다는 것은 지난 글에서도 이미 언급했다.
* 출처: https://www.conestogac.on.ca/fulltime
Full-time programs | Conestoga College Ontario
www.conestogac.on.ca
경쟁은 생각보다 느슨하다
내가 다른 학생들과 경쟁하여 과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솔직한 이야기이지만, 한국에서는 대학 시절 장학금 한 번 받은 적 없이 그저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던 내가 여기서는 우등생이라니?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 한국인들 특유의 그 근면 성실함과, 시험 점수 획득에 특화된 요령 덕분인지, 내가 아는 모든 한국인들은 거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 역시 캐나다 와서 내 인생 처음으로 장학금을 2번 받았고, Co-op Student of the Year 상을 받았으며, 졸업 시에는 President’s Honour List에 들 수 있었다. 참고로 여기에 이름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모든 과목에서 A 이상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 영어에 대한 울렁증이 극심한 사람만 아니라면 공부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 말고, 한 번 도전해볼 만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