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야드를 활용할 때 고려할 것들
참고로 이 글은 캐나다에서 살기 - 백 야드 활용하기 (1)로 부터 이어지는 글이다. 지난번에는 가장 중요한 바닥의 종류에 대해 다루어 보았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백 야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Covered structure: 숨을 곳이 필요하다
바닥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쉴 곳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야외용 의자와 테이블을 세팅해둔다고 끝이 아니라, 햇빛으로부터, 또한 가능하다면 눈, 비로부터도 여러분을 지켜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일단 가장 저렴한 것은 퍼골라(pergola)라 불리는 것이다. 한국 식으로 하면 지붕이 없는 정자 같은 거라 생각하면 된다. 정말 초저예산으로 가고 싶다면 기둥만 사다가 박아두고, 끈에다가 천을 연결해 임시로 그늘막을 만들어 햇빛만 가리는 식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활용하기가 힘들고, 퍼골라 아래에 세팅해 둔 의자 테이블도 잘 관리해줘야 하기에 아무래도 좀 관리 이슈가 있기는 하다. 캐나다의 경우 봄 여름에 비도 자주 오는 편이고, 겨울에는 눈이 끝내주게 오기 때문에 예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딱히 좋아하지 않는 형태이다.
그 다음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 캐노피(canopy) 또는 거지보(gazebo)인데, 둘의 차이는 임시냐 영구냐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5일장이나 이런 데 가면 임시로 가판을 세울 때 쓰는 것들을 캐노피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로 가벼운 기둥과 천으로 된 지붕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들고 다니며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거지보(... 구글 번역기 돌려보니 "전망대"라는 이상한 결과가 나와서 그냥 이렇게 쓴다)의 경우에는 생긴 것은 캐노피와 마찬가지로 기둥 + 지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휴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정말 튼튼하게 고정시키는 영구 구조물이라고 보면 된다. 가격 역시 캐노피 쪽이 훨씬 싼데, 개인적으로는 거지보를 더 선호한다. 눈 비에 강하고, 관리 이슈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같은 거지보라고 해도 지붕의 재질이 소프트 탑(천 같은 거)인지 하드 탑(주로 쇠)인지에 따라 가격 차이가 좀 난다.
단, 처음 설치할 때에는 고생 좀 해야한다. 나는 세일할 때 천 달러 정도에 거지보를 구매해서 백 야드에 직접 설치했는데, 온 가족이 붙어서 한 5시간 정도 걸렸던 기억이 난다.
Outdoor cooking: 야외 요리의 맛!
이제 쉴 곳도 생겼으니 밥 먹을 때가 왔다.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캐나다는 바베큐바비큐 문화가 정말 널리 보급되어 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이 바비큐 그릴인데, 이것들은 숯을 쓰는 가장 간단한 형태부터 시작해서, 프로판 가스통을 연결하거나, 아니면 집에서 직접 가스 라인을 끌어와서 영구히 설치할 수도 있는 등 종류가 다양하다. 참고로 프로판 가스의 경우 마트에서 가스통을 파는데, 그걸 사서 충전하는 곳에 가 돈을 내면 충전해 준다.
또 다른 옵션 중의 하나가 바로 화덕 오븐, 혹은 피자 오븐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야 싶었는데, 의외로 인테리어 적으로도 꽤나 괜찮아 보였다. 벽돌 및 콘크리트를 사다가 직접 짓는 사람들도 있지만, 야외용 피자 오븐을 홈디포 같은 곳에서 팔기도 한다. 역시 캐나다는 다양한 문화권으로부터의 이민자들이 많은 나라다 보니, 정말 다양한 요리의 형태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휴대용 바비큐 그릴에 숯만 올려서 사용하다가, 이게 정말 괜찮다 싶으면 그때 가서 고가형의 제품으로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Fire features: 불멍은 사람을 부른다
사람들이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불멍이 아닌가 싶다. 파이어 피트(fire pit, 구글 번역기는 "화덕" 이란다...) 하나만 장만해 두면 언제 어디서든 불멍을 때릴 수 있으며 또한 매우 저렴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지라 본다. 가격대는 정말 다양한데, 물론 상점에서 살 수 있는 중/고가의 파이어 피트 제품들도 있지만, 홈디포에서 벽돌 몇 장만 사다가 척척 올려도 충분하다. 나는 손쉽게, 그리고 아주 자주 불멍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은 가스관을 연결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마트에서 장작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그만큼 쓰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인 듯.
어찌 되었든, 재가 날리지 않도록 뚜껑이 있는 제품이 관리가 용이할 듯하다.
Gardening: 농부가 되어보자
백 야드에 공간이 충분할 경우 또한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것이 밭을 가꾸는 일이다. 꽃을 키울 수도 있지만, 기왕이면 좋아하는 농작물을 심어본다면 식탁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이 동네 한국 마트에서 봄마다 모종을 파는데, 깻잎 같은 한국인들만 먹는 풀은 일반 마트에서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깻잎을 재배 중이다. 수량 계산을 잘못하는 바람에 다 먹지 못해 쌓여가는 깻잎을 보면 좀 무섭기도 하지만, 어쨌든 가지, 오이 고추, 파, 쑥갓 등 다양한 것들을 재배해서 캐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가능하면 단 냄새가 나는 종류는 심지 말라는 것이다. 과일나무 종류를 심을 경우에는 주변의 모든 벌들과 동물들이 몰려들어 자신의 소중한 백 야드에 삽시간에 난장판이 되는 꼴을 볼 수도 있다. 나는 사실 고추를 심으면 어떤 동물도 손을 대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토끼인지 누군지 범인은 못 잡았지만, 그것도 갉아먹더라.
Lighting: 최고의 가성비 인테리어는 역시 조명
예전에 한참 감성 캠핑 어쩌고 하면서 스트링 라이트가 유행이었는데, 여기서도 상당히 인기 아이템에 속한다. 이게 정말 활용하기가 좋은 게, 퍼골라든 거지보든간에 웬만큼 적당히 걸어놔 주면 꽤 볼만하다. 나 역시 거지보에 스트링 라이트를 설치해 두었는데, 볼 때마다 꽤나 뿌듯하다. 이런 야외 조명류는 15~20m에 몇십 달러 수준이라 매우 저렴하게 압도적인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혹시 백 야드에 길게 늘어진 길이 있다면, 길 양쪽에 티키 토치(tiki torch)를 설치해 보는 것도 괜찮다. 마찬가지로 저렴한 편이며, 주로 낮에는 태양광으로 충전해 두었다가 밤에 알아서 켜지는 식이라 전기 걱정할 필요도 없다.
선택지는 무한하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 이외에도 단순히 화분을 배치해서 꾸민다거나, 행잉 체어를 둔다거나, 썬 베드 & 엄브렐러 조합으로 일광욕할 장소를 만든다거나, 해먹을 설치한다거나, 그네를 설치한다거나 등등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내가 야외에서 가장 즐기는 활동이 무엇인지를 평소에 정해두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시즌 별로 큼지막하게 세일할 때가 있는데, 평소 눈여겨본 제품이 있다면 수시로 제품 페이지를 확인해 세일을 노려 장만해 보도록 하자.